[사진 박주광]
교회 뒷편 사패산과 북한산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하게 하셨도다”(시40:2)
어릴 적, 산에 나무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마당에서 개밥을 끓여야 하거나,
사골 국물을 오래도록 끓여야 하는데 장작이 없을 때, 어머니가 나무 좀 해오라고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모여 지게를 메고 땔감에 좋은 나무를 하러 산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70대 이상 어르신들이나 공감하지 제 또래 이하로는
“무슨 조선시대 사람이냐?”고 놀리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나뉘겠지요.
사실 나무하러 가는 길은 재밌기만 합니다. 생계를 위한 나무하기는 아니었기 때문이죠.
겨울에 나무하러 가면 더욱 놀거리가 많습니다. 가다가 얼어붙은 논바닥에서 썰매도 타고,
눈 덮인 경사 길에서는 비료 포대로 미끄럼을 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구정 명절이 끝나가는 무렵에도 겨울 산을 한번 올랐습니다.
물론 나무하러 간 것은 아닙니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어린 딸과 둘이서 산책하러 간 것이
결국 교회 뒤편 사패산 정상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눈이 쌓인 등산길은 조심해야 하더라고요. 문제는, 올라가는 길보다 내려오는 길입니다.
어린 딸과 산을 내려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목사인 아빠가 조심하라고 하는 것보다 어린 딸이 나보고 더 조심하라고 합니다.
딸이 하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닿아 요약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아빠! 눈 덮인 겨울 산에서 내려올 때 생존 방법입니다.”
생존방법 1. 내 발이 미끄러지는 땅이 아니라 내 발을 잡아 줄 수 있는 땅을 잘 찾으세요.
우리가 사는 땅, 나를 받아주는 땅, 내가 미끄러지는 땅이 아니라,
나를 붙잡아 줄 수 있는 땅과 그런 사람들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생존방법 2. 닿는 발의 면적이 넓어야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때론 종종걸음, 잔걸음으로 걸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밟는 땅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되도록 그 땅의 접촉면이 넓어야 합니다.
나의 마음을 내어놓고 일정 부분 접촉을 잘하고 소통을 잘해야 하겠지요.
넘어지기 쉬운 미끄러운 날에는 조심스럽게 종종걸음으로
밟는 면을 더 자주 밟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하나님을 보고, 사람을 보고,
앞을 보고, 땅을 보며 잔걸음이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기도와 소통의 잔걸음이 필요합니다.
생존방법 3.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딸이 그럽니다.
“아빠 난 살아남아야 해요” 그래서 덧붙였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어려운 고비일수록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를 갖는게 중요해”
그렇게 딸과 함께한 겨울산행은 어린 아이에게도 배운다는 겸손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어록들이 몇가지 생겼습니다. “앞에 있는 것 중 지지가 되는 것을 붙잡아라”,
“우리가 붙잡아야 할 가장 튼튼한 분은 예수님이다”. “안전지대에 들어서면 즐겨라,
난코스에는 긴장하라” 등등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걸음을 지키시고 인도하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