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권]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며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나아가셨습니다. 이는 우연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광야 같은 세상 속에서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주신 하나님의 깊은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의 광야는 실패의 자리가 아니라, 말씀이 삶이 되는 자리였습니다.
마가복음 1장을 보면 그 광야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성령이 계시고, 사탄이 나타나며, 데리온이라 불리는 악한 영들도 존재합니다. 동시에 천사들도 함께합니다. 이 모든 장면은 하나님께서 허용하신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님의 주권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광야 같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 안에는 사나운 이리와 늑대 같은 악한 존재들도 있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하나님께서 보내신 돕는 손길들도 함께 존재합니다. 광야란 단순히 외로운 장소가 아니라, 수많은 긴장과 갈등이 내면과 삶의 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광야를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우리를 그 자리로 이끄실 때가 있습니다. 이유 없이 힘들고, 설명할 수 없이 버거운 순간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곳에는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유혹도 있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은혜도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보이지 않는 힘의 줄다리기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서 있으려 애씁니다.
예수님은 그 광야 한가운데서 가장 분명한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마태복음 4장 4절에서 주님은 선언하십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이는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예수님 자신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주님은 감정이나 능력으로 시험을 이기지 않으셨고, 철저히 하나님의 말씀과 권위 안에 머무르셨습니다.
배고픔 속에서도, 감정이 요동칠 때에도, 영적 교만이 고개를 들 때에도 예수님은 한결같이 말씀으로 응답하셨습니다. 광야는 고통의 끝이 아니라, 말씀을 가장 깊이 만나는 자리입니다. 히브리어로 광야를 뜻하는 ‘미드바르’ 속에는 ‘다바르’, 곧 말씀이 숨 쉬고 있습니다. 소음이 사라질수록 하나님의 음성은 더 선명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광야 같은 인생을 말씀으로 살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말씀과 기도 외에는 우리를 거룩하게 하고, 유혹을 이기게 하는 길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방법과 지혜가 있지만, 인생을 살리고 길을 열어주는 힘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있습니다. 믿음의 눈으로 광야를 걷다 보면, 그 말씀이 피부를 넘어 뼈 깊숙이 스며드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오늘도 광야의 길을 걷고 있는 인생이 있다면, 그 자리가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는 은혜의 자리임을 깨닫게 되기를 축복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유와 힘이 오직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말씀임을 더욱 깊이 고백하는 하루가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