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족과 함께 의정부역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다이소에 가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주변을 지나던 길이었습니다.
평소 주일 저녁이면 온몸의 힘이 다 빠져 조용히 쉬거나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날은 오래전부터 가족과 외식을 약속했던 날이라 모처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백화점 주변을 지나는데 곳곳에 노숙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목사라서 그런 것일까요.
그분들이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지만, 그 길 한편에 조용히 앉아 있는 분들의 모습은 마음에서 쉽게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그냥 지나가지 말아야겠다. 작은 먹거리라도 준비해서 나누고, 예수님의 사랑도 전하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 한편에 담아 두었던 생각을 지난 주일에 작은 실천으로 옮겨 보았습니다.

[사진 박주광] 사랑을 나누기 위해 준비한 물품을 승합차에 싣고 있는 봉사자들…
자원해 주신 성도님들과 함께 가까운 성도님의 가게에서 필요한 물품을 장보고, 의정부역으로 향했습니다.
김명희 전도사님과 김현옥 집사님이 기꺼이 동행해 주었습니다.

주일 늦은 오후였지만 해는 아직 기울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추어 주는 것처럼 따뜻한 햇살이 길 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데 중간쯤에서 한 분이 자리를 잡고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분 곁에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준비한 작은 선물을 손에 살며시 건네드리며 짧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교회에서 왔습니다. 예수님 믿고 행복하세요.”
아주 짧은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긴 설명보다 따뜻한 눈빛 하나와 작은 손길 하나가 더 많은 말을 전해 주기도 합니다.

계단을 조금 더 오르자 이번에는 하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도움을 구하고 있는 또 한 분을 만났습니다.
전도사님과 집사님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그분에게 다가갔습니다. 준비한 사랑의 선물을 건네고, 예수님의 사랑을 조용히 전했습니다.

몇 미터를 채 걷기도 전에 또 한 분을 만났습니다.
길 한편에 작은 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습니다.

김현옥 집사님은 마치 조금 전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어색함보다 한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거창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옆에는 의정부역 주변에서 가끔 수세미를 만들어 파시는 할머니 한 분도 계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가고 있었지만 수세미를 사는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사람들의 발걸음 사이에서 몸을 작게 웅크린 채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그냥 지나갈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께도 우리의 마음을 조금 나누어 드리면 좋겠다.”
준비해 간 선물 하나를 살며시 품에 안겨 드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