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은 참 많은 이름을 가진 계절입니다. 결실의 계절, 풍요의 계절, 독서의 계절, 사색의 계절, 그리고 감사의 계절. 높아진 하늘 아래 바람은 한결 맑아지고,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며, 교회 옆 감나무에도 한 해 동안 품어온 열매들이 제 빛깔을 드러냅니다. 봄의 꽃이 화려함의 자태를 뽐낸다면 가을의 열매는 묵묵히 견뎌낸 시간의 대답처럼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마음도 조금은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릴적부터 이 문장을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무르익는 가을만큼이나 깊은 영성이 갈급한 계절에”…, 곡식이 고개를 숙이고 과일이 단맛을 품어가듯, 우리의 믿음도 그렇게 무르익고 있는지 돌아보세요. 세월은 저절로 깊어지는데 사람의 영혼은 저절로 깊어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오래 믿었다고 믿음이 깊어지는 것도 아니고, 많은 것을 안다고 하나님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가을은 내게 질문합니다. “너의 영혼에는 지금 어떤 열매가 익어가고 있느냐?”
찬 바람이 불어 나뭇잎 하나가 길 위에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서도 하나님을 생각하기를 축복합니다. 푸른 잎을 내려놓고 열매를 남기는 나무처럼, 우리도 불필요한 욕심은 내려놓고 사랑과 감사의 열매를 남기는 것은 어떨까요? 풍성한 들판을 바라보며 내가 가진 것을 세기보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은혜를 헤아리는 복된 분들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올가을에는 좋은 풍경만 찾아다니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좋으신 하나님을 더 찾기를 축복합니다. 단풍이 짙어지는 것만큼 기도가 깊어지고, 열매가 익어가는 것만큼 믿음이 성숙하며, 높아진 하늘만큼 하나님을 향한 마음도 활짝 열리기를 축복합니다.
무르익은 가을만큼이나 깊은 영성이 갈급한 계절입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가을, 우리는 다시 하나님을 찾습니다.

